수년간 ‘홀로’라는 상태는 외롭고 괴롭고 가급적 빨리 벗어나야 하는 상태라고 생각해왔는데, 30대 초반을 지나며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삶에서 중요한 뭔가가 이루어질 때 항상 그 전제조건은 ‘몰입’이다. 학생에게는 시험 합격이고 직장인은 몸값 상승이며 환자에게는 건강회복이고 예술가에게는 수준달성, 아무튼 간에 뭔가가 되려면 그에 필요한 충분한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다. 그런데 자고로 몰입이란 완벽히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다(지금 나는 팀워크를 말하는게 아니며, 팀워크 또한 개개인의 몰입이 모여 이뤄진다).
몰입. 주어진 시공간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 지극히 이기적인 상태.

어떤 사람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생 ‘몰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삶을 산다. 그는 그 나름의 다른 것을 겪고 획득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몰입’하기 최적의 삶을 산다. ‘몰입’ 하지 않은 상태는 할 것이 없어서 공연한 허기까지 느끼기도 한다. 그게 나다.

어떤 삶이 더 나은지는 알 수도 없고 알 바도 아니다. 어차피 주어진 삶을 살 뿐이므로.
끝없는 배고픔을 청산하고 탐구의 대상을 집어들 것이냐 마냐의 문제일 따름이다.
누군가는 배고플 겨를도 없으며 심지어 맛없는 걸 억지로 먹기까지 한다는걸, 이 조용한 여백이란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게 아니란 걸 이제라도 알 게 되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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