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 주전부터 내 머리에 넣을 것을 걸러내야겠다는 생각에, 대화를 거르고 잡음을 거르고 미디어를 거르고 있었는데, 며칠전 1년여만에 드디어 머리 말고 머리카락도 가다듬어야겠다며 미용실에 갔다가, 외계인이라도 될 듯한 펌 기계를 머리통에 두르고 심각하지 않고 전문적이지 않으면서 마음이 가뿐할 만한 책으로 김혜자 배우님의 에세이를 읽다가, '마더'가 궁금하여 어제 밤에는 '마더'를 보았고, 오늘 낮에는 왠지 '아가씨'도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방금 보았다.

미디어 소용돌이 속에서도 돋보이던 두 작품을 디톡스 중에 보니 아주 어지럽다. 맨날 뚜벅이 하다가 갑자기 아우토반 달린거잖아

 

봉감독과 욱감독이라는 양대산맥이 양대산맥으로 한창 불리던 때의 각 작품이다. 인간의 다면성. 한없이 고상하고도 치졸하고, 더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본성. 모두가 손가락질 하지만 모두가 갖고 있는 인류의 성품을 제각기 표현력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봉'만 들어도, '욱'만 들어도 믿고 본다. 적어도 나는 그러하다.

 

'마더'가 빌라 3층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것 같았다면 '아가씨'는 래미안 23층에서 엘리베이터타고 추락하는 것 같았달까.

뭐든 간에 타인을 해치고 밥처먹는 인간이란 그저 완전히, 끔찍하다.

 

+ Recent posts